선의로 한 행동이 오히려 자신의 삶 전체를 지워버릴 수 있다면, 그래도 그 선택을 했을까요. 스페인 영화 《미라지》는 바로 그 질문을 정면으로 던집니다. 처음 봤을 때 저는 단순한 미스터리 스릴러로 접근했는데, 보고 나서 꽤 오래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결말을 알고 다시 보니 초반 장면 하나하나가 완전히 다른 의미로 읽혔습니다. 나비효과 일반적으로 타임 루프나 시간 역행 영화는 주인공이 과거를 고쳐서 더 나은 현재를 얻는 구조로 흘러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이 영화를 봤을 때, 《미라지》는 그 공식을 완전히 뒤집는다는 걸 느꼈습니다. 베라는 폭풍이 치던 밤, 이사 온 집에서 낡은 TV와 카메라를 발견합니다. 아무 테이프도 넣지 않았는데 화면이 켜지면서 25년 전의 장면이 흘러나옵니..
솔직히 저는 영화를 보는 내내 뭘 보고 있는지 몰랐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20년 넘게 구상하고 6년간 각본을 썼다는 《테넷》, 영화를 다 보고 드는 생각은 "이게 무슨 이야기지?"였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장면을 되짚다 보니, 이 영화가 단순한 액션물이 아니라는 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영화와 마주하며 장면마다 사고의 확장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설정이 결국 제가 오래 붙들고 있던 질문,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와 맞닿아 있었습니다. 시간역행이라는 설정,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나요? 《테넷》 의 핵심은 인버전(Inversion)이라는 개념입니다. 여기서 인버전이란 물체나 사람의 엔트로피 흐름을 역전시켜 시간을 거꾸로 이동하게 만드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