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가리면 살 수 있다"는 설정이 너무 단순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버드 박스》를 다 보고 나서 든 생각은 전혀 달랐습니다. 이 영화는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한 공포가 아니라, 극한 상황에서 인간이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가를 담은 이야기였습니다. 아이를 원하지 않던 한 여자가 재난 속에서 두 아이를 목숨 걸고 지키는 엄마로 바뀌는 과정이 생각보다 훨씬 묵직하게 와닿았습니다. 시각 차단이 만드는 공포 — 익숙한 것이 가장 낯설어지는 순간 밤에 갑자기 정전이 되어 집 안이 완전히 어두워진 순간이 있었습니다. 평소에는 눈 감고도 걸어 다니던 제 집인데, 그 순간만큼은 손으로 벽을 더듬으면서 겨우 몇 발자국 움직이는 것조차 조심스러워졌습니다. 물건 하나에 발이 걸려도 심장이 쿵 내려앉고, 휴대전화 불빛을..
우주 배경 영화는 그냥 스펙터클 위주라고 생각했습니다. 폭발하고, 뭔가 날아오고, 주인공이 기적적으로 살아남는 공식 말이죠. 그런데 《그래비티》를 보고 나서 제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 영화는 우주에서의 사고를 다루면서도, 결국 한 사람이 삶을 포기하지 않기로 선택하는 이야기였습니다. 우주 고립 — 지구가 보이는데 돌아갈 수 없다는 것 2013년 개봉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그래비티》는 허블 우주망원경(Hubble Space Telescope) 수리 임무를 위해 파견된 나사(NASA) 직원들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허블 우주망원경이란 지구 저궤도 약 547km 상공에서 우주를 관측하는 대형 광학 망원경으로, 1990년 발사 이후 여러 차례 우주인들이 직접 수리해 온 시설입니다.나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