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서 SF 장르가 1위를 차지하는 건 흔한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라스트 하우스》를 봤습니다. 집의 문과 창문이 전부 잠겨버린 채 한 가족이 몇 년을 버텨내는 이야기인데, 다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게 있었습니다. 살아남는 것과 제대로 살아가는 것이 같은 말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꽤 오래 머릿속을 맴돌았기 때문입니다. 가족생존: 문이 열리지 않는다는 설정이 만들어 내는 것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코로나에 감염되어 집 안에서 격리 생활을 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당시에는 가족이나 지인이 음식을 문 앞에 가져다주기도 했고, 병이 나으면 다시 밖으로 나갈 수 있었기 때문에 영화 속 상황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외부와 단절되면서 평소 하던 일을 중단해야 했고, 당연하고 사소하게 생..
"눈을 가리면 살 수 있다"는 설정이 너무 단순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버드 박스》를 다 보고 나서 든 생각은 전혀 달랐습니다. 이 영화는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한 공포가 아니라, 극한 상황에서 인간이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가를 담은 이야기였습니다. 아이를 원하지 않던 한 여자가 재난 속에서 두 아이를 목숨 걸고 지키는 엄마로 바뀌는 과정이 생각보다 훨씬 묵직하게 와닿았습니다. 시각 차단이 만드는 공포 — 익숙한 것이 가장 낯설어지는 순간 밤에 갑자기 정전이 되어 집 안이 완전히 어두워진 순간이 있었습니다. 평소에는 눈 감고도 걸어 다니던 제 집인데, 그 순간만큼은 손으로 벽을 더듬으면서 겨우 몇 발자국 움직이는 것조차 조심스러워졌습니다. 물건 하나에 발이 걸려도 심장이 쿵 내려앉고, 휴대전화 불빛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