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을 벗어나는 감상이었습니다. 허진호 감독의 신작이라는 말에 기대를 잔뜩 안고 극장에 들어갔는데, 나오면서 든 감정은 감동보다 찜찜함에 가까웠습니다. 1974년 8월 15일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다룬 영화 《암살자(들)》, 잘 만든 영화인 건 분명한데 뭔가 중요한 걸 빠뜨린 느낌이었습니다. 그 '뭔가'가 뭔지 정리해 봤습니다. 음모론을 펼치는 방식, 이게 맞는 걸까요 중학교 학창시절 아주 친한 친구의 학용품이 나의 필통이나 가방에 가끔씩 들어있는 일이 일어나 당황을 넘어서 내가 훔친 것으로 의심 받게 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진상을 파헤쳐보니 우리 둘을 질투했던 또 다른 친구가 둘 사이를 갈라놓기 위해 벌인 일이었습니다. 일을 벌인 친구도 우리와 친한 친구였다는 사실이 그 때는 너무 당황스러웠던..
영화가 시작된 지 채 10분도 안 됐을 때 극장 안이 완전히 조용해졌습니다. 단종과 한명회가 처음 마주치는 장면, 그 짧은 대사 몇 마디에 저도 모르게 숨을 참고 있었습니다. 《왕과 사는 남자》는 역사적 결말을 이미 알고 있어도 그 과정에 완전히 끌려들어 가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 이미 알고 있는 비극인데 왜 이렇게까지 가슴이 무거웠을까요. 관객을 백성으로 만든 명대사들 영화를 보고 나서 주변에 물어보면 꼭 이 질문이 나옵니다. "네 이놈 장면에서 더 소름이었어, 아니면 한명회 장면에서?" 저는 두 번 다 소름이었지만, 솔직히 두 번째 장면이 더 오래 남았습니다.첫 번째 "네 이놈"은 단종이 호랑이로부터 백성을 지키기 위해 외치는 장면입니다. 이때 극장 전체가 숨을 멈췄습니다. 왕이라는 지위를 잃은 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