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케르크 (뺄셈미학, 익명의영웅, 시간구조)
《덩케르크》는 전쟁 영화인데 적군이 없습니다. 전투도 없고, 영웅의 활약도 없습니다. 제가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솔직히 당황했습니다. 전쟁 영화에서 기대하는 장면들이 하나도 나오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영화관을 나오면서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그게 오히려 이 영화가 말하려는 것의 정체라는 걸 나중에야 알아챘습니다. 뺄셈의 미학 — 없애서 완성한 영화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은 《덩케르크》를 만들면서 대부분의 전쟁 영화가 필수로 갖추는 요소들을 하나씩 걷어냈습니다. 적군의 얼굴이 없고, 인물들의 전사(前史)가 없으며, 치열한 전투 장면도 없습니다. 여기서 전사란 인물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보여주는 배경 서사를 의미합니다. 보통 전쟁 영화라면 "고향에 약혼녀가 기다리고 있다"거나 "병든 어머니가 있다"는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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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10. 11. 1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