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서 SF 장르가 1위를 차지하는 건 흔한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라스트 하우스》를 봤습니다. 집의 문과 창문이 전부 잠겨버린 채 한 가족이 몇 년을 버텨내는 이야기인데, 다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게 있었습니다. 살아남는 것과 제대로 살아가는 것이 같은 말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꽤 오래 머릿속을 맴돌았기 때문입니다. 가족생존: 문이 열리지 않는다는 설정이 만들어 내는 것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코로나에 감염되어 집 안에서 격리 생활을 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당시에는 가족이나 지인이 음식을 문 앞에 가져다주기도 했고, 병이 나으면 다시 밖으로 나갈 수 있었기 때문에 영화 속 상황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외부와 단절되면서 평소 하던 일을 중단해야 했고, 당연하고 사소하게 생..
사랑한다면 상대방을 깨워도 될까요? 영화 《패신저스》는 이 질문 하나로 2시간 내내 저를 불편하게 만들었습니다. 우주선 아발론호에서 홀로 깨어난 짐 프레스턴이 내리는 선택은, 사랑과 이기심의 경계가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지를 정면으로 보여줍니다. 보고 나서도 한동안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계속 곱씹게 되는 작품이었습니다. 고독이 사람을 어디까지 밀어붙이는가 영화 초반, 짐은 5,000명이 잠든 우주선에서 혼자 깨어납니다. 목적지 홈스테드 2까지는 90년이 남았습니다. 처음에는 넓은 시설을 마음껏 쓰며 버티지만, 마음을 나눌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 결국 그를 무너뜨립니다.혼자 살아남는 것과 타인의 삶을 선택하는 것은 다릅니다.짐이 겪는 고독은 가볍게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넓은 우주선의 ..
우주 배경 영화는 그냥 스펙터클 위주라고 생각했습니다. 폭발하고, 뭔가 날아오고, 주인공이 기적적으로 살아남는 공식 말이죠. 그런데 《그래비티》를 보고 나서 제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 영화는 우주에서의 사고를 다루면서도, 결국 한 사람이 삶을 포기하지 않기로 선택하는 이야기였습니다. 우주 고립 — 지구가 보이는데 돌아갈 수 없다는 것 2013년 개봉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그래비티》는 허블 우주망원경(Hubble Space Telescope) 수리 임무를 위해 파견된 나사(NASA) 직원들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허블 우주망원경이란 지구 저궤도 약 547km 상공에서 우주를 관측하는 대형 광학 망원경으로, 1990년 발사 이후 여러 차례 우주인들이 직접 수리해 온 시설입니다.나사에..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외계인 액션 블록버스터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다시 보니 전혀 다른 영화였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2005년작 《우주전쟁》은 외계인보다 인간 자체를 더 무섭게 그린 영화입니다. 갑작스러운 재난 앞에서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빠르게 무너지는지,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어떤 심리로 움직이는지를 제가 직접 경험한 순간들과 겹쳐 읽게 됐습니다. 땅속에서 올라온 트라이포드, 그리고 재난의 구조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하늘에서 번개가 반복적으로 내리치고, 레이가 도착한 자리엔 연기와 함께 도로에 구멍이 뚫려 있습니다. 그리고 땅이 갈라지며 거대한 기체, 트라이포드(Tripod)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트라이포드란 세 개의 다리로 이동하는 외계 전투 기계로, 영화의 원작인 H.G. 웰스의 18..